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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케팅&브랜딩/마케팅의 역사

포지셔닝

속빈갈대 2013. 11. 25. 03:30


포지셔닝은 다른 어떤 개념보다도 마케팅의 코페르니쿠스적 전환을 이끌어낸 개념입니다. 사실 최초로 발표된 시점은 1969년으로 잭 트라우트가 Industrial Marketing 저널에 발표한 논문 "Positioning is a game people play in today's me-too market place"에서 출발합니다. 당시 제시된 포지셔닝의 개념은 과도한 (광고)정보에 압도된 소비자들이 자신의 마음에 드는 (쩨품이나 서비스)정보를 찾기 어렵기 때문에 명확한 개념이 필요한데 그에 대한 해결책으로 포지셔닝 개념을 사용한 것이었습니다.


하지만 1981년 잭 트라우트와 알 리스는 마케팅 역사에 기념비적 저서로 불리는 『Positioning: The battle for your mind』를 출간하였습니다. 이 저서에서 두 저자는 포지셔닝이 마케팅의 핵심 개념으로서 소비자의 인식 속에 특정 제품이나 서비스를 위치시키는 것이라고 새롭게 정의내리게 됩니다. 그 후 『포지셔닝』은 학계 및 업계에 엄청난 반향을 일으켰고 마케팅 서적에 하나의 장으로 자리잡았으며 마케팅 현장에서도 포지셔닝은 없어서는 안되는 개념이 되었습니다.


포지셔닝 등장의 배경


앞에 쓴 글 "Five Force Analysis"에서도 잠시 언급했지만 1980년을 전후로 시장엔 급격한 변화가 발생하였습니다. 특히 소비시장의 특성이 변화한 측면이 매우 컸습니다. 미국 베이비부머(1946~1964년 사이에 태어난 세대)들이 가정을 이루며 일자리를 갖고 소비를 촉진하던 60~70년대가 지나면서 시장 환경은 공급 우위에서 수요 우위로 변화하게 됩니다. 제품이나 서비스가 없어서 구매를 못하던 시기가 아니라 이제 자신들의 취향과 기호에 따라 소비를 하는 시대가 막을 연 것이죠.


또한 1970년대 소비자 주권 개념이 등장하면서 시장의 주도권이 서서히 기업에서 소비자로 넘어가기 시작합니다. 매체 환경 역시 신문, 잡지, 라디오, TV 등으로 확대되면서 정보에 대한 선택권 역시 소비자들 위주가 된 것이죠. 그러자 이전에는 출시만 하면 팔리던 제품들이 이제는 자신의 존재를 알리고 다른 것보다 자신이 더 우월하다는 것을 증명해야 하는 시기가 도래한 것입니다.


하지만 여전히 많은 기업들은 제품이나 서비스만 좋으면 팔린다는 생각으로 시장을 공략하고 있었습니다. 더 많이 광고하고 더 많은 판매사원을 동원해 더 많은 판촉활동을 하면 된다는 식이었죠. 쉽게 말해 여전히 시장을 객관적 실체-제품, 가격, 서비스, 판촉활동의 종합-로만 파악했던 것입니다.


하지만 포지셔닝은 그런 기업과 학계의 개념에 정면으로 반기를 든 것입니다. 마케팅의 대상이 객관적 실체가 존재하는 시장이 아니라 개별 소비자들의 인식이라는 주장을 펼친 것입니다. 고객의 인식을 점유하는 기업이 승자라는 개념인데 지금이야 이것이 당연하게 인식되지만 그 당시에는 상당한 논란이 발생했었다고 합니다.


뉴 코크, 포지셔닝을 지원하다


하지만 80년대 초반에 벌어진 일련의 마케팅 사건들이 포지셔닝 개념을 뒷받힘하면서 포지셔니은 힘을 얻게 되는데 그 중에서 뉴코크 사건은 결정적인 사건으로 기록됩니다. 


근대 마케팅의 산실로 여겨지는 코카콜라는 70년대 들어 펩시의 거센 공격에 처하게 됩니다. 이에 따라 새로운 제품 론칭을 기획하게 되었고 엄청난 연구개발비와 수 십만 명에 달하는 블라인드 테스트를 거쳐 개발된 제품이 뉴코크입니다. 하지만 뉴코크는 아시다시피 출시와 함께 소비자들의 거센 반대에 부딫혔고 이로 인해 결국 코카콜라는 뉴코크를 접고 기존 코카콜라를 잇는 코카콜라 클래식을 출시하였던 사건이죠. 이 사건을 계기로 포지셔닝은 더욱 탄력을 받게 됩니다. 과학적이고 엄밀한 객관적 실체(뉴코크)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소비자들은 인식(코카콜라)에 더욱 의존한 활동을 함이 명확히 드러났기 때문입니다. 


이후 여러가지 마케팅 사례들이 소개되면서 포지셔닝은 더욱 강력한 지지를 받게 됩니다. 처음엔 그저 추상적 개념일뿐이라고 무시하던 학계에서도 점차 포지셔닝에 대해 학문적 관심을 나타냈고 이에 대한 실증적인 연구를 진행하게 되었습니다. 특히 이 시기에 마케팅에 도움을 준 학문이 심리학이었습니다.


심리학, 마케팅 세계에 진입하다


사실 심리학은 근대 마케팅 초기부터 관여하였습니다. 1927~1932년 사이에 일리노이 호손 공장에서 실제 산업현장을 대상으로 생산성을 밝혀내기 위해 실시한 '호손 연구'를 그 시작으로 볼 수 있습니다. 공장 내 다양한 조건의 변화와 조직의 구성을 통해 밝혀낸 호손 연구는 인간의 심리적 상태, 타인과의 관계, 인정욕구 등 다양한 심리적 상태의 중요성을 밝혀내는데 큰 기여를 했습니다.


이후 심리학은 리서치 방법론, 면접법 등의 마케팅 조사에 직간접적으로 영향을 끼쳤고 196,70년대에는 소비자 인식과 행동의 차이에 대한 연구 등으로 마케팅 영역에 큰 영향을 끼쳤습니다. 특히 이 당시 매슬로우의 욕구 이론은 마케팅에 있어 욕구(Needs)와 욕망(Wants)을 구별케 하고 위계적 욕구 구조란 개념적 모형을 수용케 하였습니다.


그런데 소비자 관련 심리학과 별도로 60년대부터 하나의 독립된 분야로 심리학에서 성장한 인지 심리학이 포지셔닝에 큰 기여를 하였습니다. 인지 심리학에서 밝혀낸 인간의 지식 위계구조, 범주화 등의 개념은 잭 트라우트와 알 리스가 말한 인식의 사다리가 왜, 어떻게 형성되는지를 과학적으로 증명해주는 증거였습니다. 한 마디로 인간의 인식 능력은 제한적이기 때문에 유효하고 편리한 정보처리를 위하여 자신이 수용한 정보를 기존의 개념으로 범주화하고 범주의 구성 단위에 따라 위계적으로 기억에 저장한다는 것이죠.


[ 기억의 위계화 ]

 


사실 잭 트라우트와 알 리스의 『Positioning』은 6,70년대 학문적 기초를 다진 인지 심리학의 대중적 언어라고 볼 수 있습니다. 그들이 마케팅을 실체의 게임이 아닌 정신(심리?)의 게임이라고 주장했을 때 이는 다분히 심리학적 배경을 갖고 주장한 것이기 때문입니다. 그렇다고 포지셔닝의 중요성이 낮아지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무엇보다 객관적 실체보다 주관적 인식을 마케팅의 주요 대상이라고 주장한 그들의 외침은 30년이 지난 이 시점에도 변하지 않는 진실로 마케팅 현업에서 통용되고 있기 때문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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