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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이 되었습니다. 그런데 최근 업무 과다로 글을 제대로 올리지 못하고 있네요. 새해 계획도 세우지 못하고...아무래도 게으름만 느는 것 같습니다. 하지만 그래도 연간 50권 독서량은 채워야겠죠. 1년간 50권도 읽지 못한다면...뇌주름 역시 게으름에 풀어질지 모르죠.

 

최근에 읽은 책인 『The Box: 콘테이너 박스를 통해 본 세계 경제학』(마크 레빈슨 著, 21세기북스)와『가격 파괴의 저주』(고든 레어드 著, 민음사)는 저성장과 혁신의 구호가 난무할 2014년에 많은 고민과 생각할 주제를 던져주는 양서였습니다.

 

 

콘테이너 박스와 인터넷 중 무엇이 세상을 더 크게 변화시켰을까?

 

『The Box』는 콘테이너 박스와 그로 인해 변화한 세계 항만무역의 역사를 조망한 책입니다. 그저 강철통인 콘테이너 박스가 세상에 무슨 변화를 가져왔겠어라는 생각으로 읽어내려갔는데, 이거 만만치 않은 내용을 보여주었습니다.

 

콘테이너 박스 도입 이전 세계 항만 무역의 모습은 영화 속에 자주 등장하는 그런 모습이었습니다. 부둣가까지 짐을 옮기면 부두에서 선원들이 짐을 하나씩 짊어지고 배로 올라가 배 안의 공간에 차곡차곡 쌓는 모습이었습니다. 이로 인해 1950년대까지도 해상물류비용의 50% 이상이 선적비용이었다고 합니다.

 

(사진1. 이런 모습이 주를 이루고 있었죠)

 

 

하지만 콘테이너 박스가 도입되고 난 후 해상물류 과정 중 항만 선적 모습은 엄청나게 변화하기 시작했습니다. 콘테이너 박스를 효율적으로 옮기기 위한 대형 크레인의 등장, 콘테이너 박스를 항구로 옮기기 위한 트럭운송체계 발달, 과거 운송비 절감을 위해 항만 근처에 있던 공장지대가 내륙으로 옮겨가고 항만에는 발달된 도로체계와 선적장 중심으로 변화한 것 등등 전반적인 인프라 구조가 바뀌었습니다. 그 중에서도 가장 크게 변화한 것은 항만의 선적 시스템이 인력에서 기계와 콘테이너로 바뀌면서 해상물류비용이 엄청나게 낮아졌다는 것이죠. 물론 이로 인해 항만 선적 노동자들의 거센 저항이 있었지만 새로운 변화를 거스를 수는 없었습니다.

 

(사진2. 워터프론트 포스터)

영화 '워터프론트(1954)'는 이런 당시 상황을 잘 보여주고 있습니다. 특히 항만 노동자들의 모습과 시대적 변화에 맞선 모습, 범죄집단과의 유착관계 등이 자세히 묘사되어 있습니다. 당시 이런 복잡한 갈등 양상의 배경에는 콘테이너 박스가 해양물류 시스템에 도입되었다는 역사적 사실이 있었죠.

 

콘테이너 박스는 해양물류비용을 엄청나게 인하시켰습니다. 이로 인해 비로소 등장한 것이 국제 무역이란 형태, 더 나아가 글로벌 생산-물류-소비의 네트워크입니다. 기존에는 너무나도 비싼 물류비용으로 인해 국내 생산만을 할 수 밖에 없던 기업들이 이젠 저임금의 국가에서 부품을 수입하거나 완제품을 생산하여 자국 내에서 판매할 수 있게 된 것이죠. 인터넷 쇼핑 역시 콘테이너 박스가 도입되지 않았다면 요원했을 것입니다. 예전처럼 고비용의 해상물류비용 체계를 유지했다면 지금과 같은 인터넷 상품 목록과 가격을 제공할 수 없었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지나친 표현이긴 하지만 현재의 글로벌 경제구조는 콘테이너 박스에서 기인했다고 말할 수 있다는 것이죠.

 

할인 공학이 만들어낼 디스토피아를 경계하라

 

『가격 파괴의 저주』는 콘테이너 박스 시스템 이후 등장한 여러 가지 가격 할인 구조와 기법, 마케팅 활동 등을 집중 조명합니다. 이를 통해 '매일매일 더 낮은 가격'이라는 강박 관념과 '패스트 소비' 시대의 어두운 면을 드러냅니다.

 

선진국의 유통 기업들이 PB상품 등을 통해 지속적으로 가격 인하를 꾀할 수록 시장의 구매력은 점차 떨어집니다. 왜냐하면 양질의 노동직이 줄어들기 때문이죠. 이것은 악순환 기제입니다. 노동자의 소득이 줄고 → 시장 구매력이 줄고 → 기업의 수익이 악화 → 더 저렴한 가격의 상품을 찾고 → 해외 생산이 증가하고 파트타이머 일자리만 늘고 → 다시 노동자의 소득이 줄어드는 구조이기 때문입니다.

 

게다가 이런 할인 공학이 만들어낸 구조 속에서 정작 중요한 사회적 비용은 사라집니다. 예를 들어 해상물류비용에서 상당한 비중을 차지하는 것은 대형 콘테이너 선박들의 유류비입니다. 그런데 이런 선박들은 가장 저급한 품질의 유류인 벙커C유를 사용합니다. 그런데 이 벙커C유로 인해 발생하는 공해상의 대기 오염 등은 그 어느 국가도, 생산기업도, 판매기업도, 소비자도 책임지지 않습니다. 그저 전 지구적 오염의 결과인 자연 재해로 나타난다고 해야 할까요. 결국 그 상거래와 직접적인 관계 없는 다양한 사람들이 책임지는 형태가 되는 것이죠. 게다가 할인 공학이 지향하는 시장은 '패스트 소비' 시장입니다. 대규모 생산/소비가 이뤄져야 하는 구조죠. 그래야 지속적인 가격 할인을 이루어낼 수 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이런 구조는 대규모 자원 소비를 동반합니다. 특히 문제가 되는 것이 천연 자원들, 석유, 광물, 나무 등이죠.

 

(사진3. 콘테이너 선박)

 

※ 콘테이너 선박 오염에 대한 참고 블로그('대형 콘테이너선! 자동차 50만대와 맞먹는 배기가스 배출')

 

그런 의미에서 많은 기업들이 앞다투어 발간하는 지속가능 보고서라는 것이 어떤 의미가 있는 것인지 다시 생각해봐야 합니다. 산업구조와 시장을 '패스트 소비' 형태로 만들면서 나무 몇 그루 보호했다는 것이 과연 무슨 의미가 있을까요?

 

정부, 기업, NGO, 소비자의 새로운 협력 관계

 

미래 경쟁력의 키워드 중 하나는 상생 혹은 협력(업)이라고 합니다. 소비자들은 가치 소비에 눈을 떠 단순히 니즈를 충족시키는 상품이 아니라 자신들의 철학과 가치체계에 부합하는 브랜드를 소비하는 경향이 증가한다고 하죠. 각국의 정부는 점점 더 자국의 이익과 환경을 보호하기 위해 여러 규제-예컨데 탄소배출권과 같은-를 강화해나갈 것이고 이 규제를 상호 협력의 형태로 보조를 맞춰 나갈 것입니다.

 

이런 측면에서 기업의 마케팅 역시 반 걸음 빠르게 나아갈 필요가 있습니다. 특히, 양적 팽창이 아닌 질적 도약을 위한 가치 혁신을 위해 할인 공학이 아닌 가치혁신 공학에 좀 더 투자해야 할 필요가 있습니다. 그것이야말로 지속가능한 성장을 위한 방법일테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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