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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들어 기업들이 더 신경쓰는 분야가 있습니다. 바로 브랜드 위기 관리 혹은 기업 리스크 커뮤니케이션 분야가 그것입니다. 많은 기업들이 기획-제조-물류-판매 등을 외주화하고 사회가 다원화되면서 기업 자체나 기업이 보유한 브랜드가 직면할 수 있는 위험이 상당히 많아졌기 때문이죠. 특히 인터넷이 대중화된 이후 온라인 공간은 개인화 미디어, 사회 관계망 서비스 등이 기하급수적으로 늘면서 한 순간의 실수가 엄청난 기업의 위기로 돌아오는 경우가 늘어나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와 관련해 참조할만한 두 가지 사례가 있습니다. 하나는 이제 브랜드 위기관리의 모범 사례로 꼽히는 존슨앤존슨의 타이레놀 독극물 사건이고 다른 하나는 그 정반대의 실패 사례로 손꼽히는 페리에 벤젠 오염 사건입니다. 비슷하지만 서로 달랐던 두 사건을 통해 기업들은 교훈을 배워 볼 수 있을 것입니다.


타이레놀 독극물 사건(1982)


1982년 시카고의 한 동네에서 7명의 사망자가 발생했는데 역학조사 결과 이들이 타이레놀을 복용했다는 사실이 밝혀집니다. 이후 조사를 통해 시카고에서 판매 중인 타이레놀에 누군가 독극물을 주입한 것이 밝혀졌고 판매가 중단되었죠. 하지만 여기서 그치지 않고 존슨앤존슨사는 전국에서 유통되는 타이레놀 전량을 폐기처분하기로 하고 리콜을 시행했으며 50만통이 넘는 전보 및 편지를 통해 유통 단계에 있는 전량을 수거하기에 이릅니다. 이로 인해 거의 10억불의 피해를 업었지만 존슨앤존슨은 여기서 끝내지 않고 범인 검거에 현상금을 걸고 수 개월 뒤 유통단계에서 이물질 주입을 할 수 없도록 포장재를 개선한 새로운 타이레놀을 출시합니다. 그 결과 타이레놀을 급속도로 잃었던 시장점유율을 1년 안에 회복할 수 있었고 소비자들로부터 높은 신뢰를 회복하게 되었습니다.

(더 자세한 정보는 다음의 블로그를 참조하세요."존슨앤존슨사의 타이레놀 독극물 사건")


페리에 벤젠 검출 사건(1990)


1990년 2월 미국 식품의약국(FDA)은 페리에에서 벤젠이 검출되었다고 페리에에 통보합니다. 이 사실은 곧바로 증권가에 알려졌고 페리에의 주가는 곤두박질칩니다. 이에 대응하기 위해 미국 페리에그룹 CEO인 로널드 데이비스는 병입 페리에를 즉각 리콜하라고 명하였습니다. 이에 더해 프랑스 모회사인 소스 페리에 구스타브 르방 CEO는 문제 원인을 밝혀낼 때까지 전 세계에 공급된 1억6천만 병의 페리에를 모두 리콜한다는 결정을 하였습니다. 그리고 얼마 후 문제의 원인이 밝혀집니다. 페리에가 밝힌 원인은 수원지 물을 탄산가스를 만드는 여과기에 통과시킬 때 청소가 안되어 벤젠이 섞였다는 것이었습니다.

이를 개선한 시스템을 정비하고 페리에가 미국에서 판매를 재개한 시점은 1990년 6월이었습니다. 하지만 페리에는 1990년대 말이 될 때까지도 원래의 시장점유율을 회복하지 못했습니다.(하지만 네슬레에 인수 후 전 세계적인 캠페인과 상당히 공들인 마케팅 활동 등으로 현재 전 세계 탄산수 시장에서 1위를 차지하고 있죠)


얼핏 보면 두 브랜드(혹은 브랜드를 소유한 기업)에서 위기상황을 직면하고 행한 대응방법은 유사했습니다. 신중하게 대처했고, 즉각적인 리콜을 시행했고 위기를 초래한 원인을 규명하여 근본적인 해결책을 제시했으니까요. 하지만 세부적인 실행에 있어서는 많은 차이가 있었습니다.


차이1. 브랜드 관점의 위기관리


타이레놀의 위기는 누군가 유통과정에서 타이레놀 약에 주사기로 독극물을 주입한 것입니다. 약에 있어 안전성은 필수적인 사안이죠. 그렇지만 포장재는 타이레놀 브랜드의 핵심 가치가 아니었습니다. 당시까지만 해도 타이레놀은 '부작용이 없는 두통약' 정도로 포지셔닝하고 있었죠. 물론 그럼에도 타이레놀은 즉시 포장재를 개선했죠.

이에 반해 페리에는 벤젠 검출의 원인이 탄산가스 주입 여과기에서 주입된 것이었죠. 이 사실은 페리에 브랜드에게 매우 치명적인 내용이었습니다. 왜냐하면 그 전까지 '천연 탄산수'라는 포지셔닝을 갖고 있던 브랜드에게 이 사실은 자신의 존재 근거를 부정하는 것이였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상기 원인에 대한 대외 홍보는 매우 신중한 방식으로 진행되었어야 했지만 불행히도 페리에는 그렇지 못했습니다.


차이2. 일원화된 대응


타이레놀 사건 발생시 존슨앤존슨사와 그 자회사인 MCP(일종의 유통영업사) PR담당자들은 신속히 협의하여 단일화된 커뮤니케이션 창구를 만들었습니다. 이에 따라 모든 내외부 정보들이 대응팀으로 수집되었고 이 대응팀의 판단에 따라 동일한 메시지로 알려졌죠. 이에 반해 페리에는 미국 페리에와 유럽 본사간 대응이 일원화되지 못했습니다. 게다가 서로 다른 경로로 정보를 수집, 분석하는 바람에 얼토당토 않게 전 세계 리콜이라는 일종의 오버를 하게됩니다.


차이3. 신속한 매대 복귀


사실 마케팅적으로 보면 이 잃어버린 매대 점유율 회복은 매우 중요한 사안입니다. 특히 습관적 구매 상품의 경우 단 몇 일간만 매대에서 사라져도 다른 상품이 구매 습관의 대상이 되어 기존 상품을 대체해버리기 일쑤이니까요. 그런 측면에서 페리에는 타이레놀에 비해 무척 느리고 진부한 방식으로 대응했습니다.


이제 위기관리 및 대응은 기업에게 있어 상시적인 활동이 되었습니다. 더군다나 지식과 정보의 헤게모니가 기업에서 소비자로 그 주인공이 바뀌면서 시간이 흐를수록 위기관리와 대응에 대한 책임은 더욱 무거워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여전히 많은 기업들은 위기관리와 대응에 그리 큰 자원을 투자하고 있지 않으며 사전 관리보다는 사후 대응에 더 무게를 두고있는 것이 현실입니다. 

어쩌면 사후 대응이라도 잘 한다면 좋을 수 있을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현실에서 벌어지는 일들은 그렇지 않죠. 어쩌면 이것은 시스템의 문제라기 보다는 결국 기업이 위기를 어떻게 인식하느냐의 문제일 수도 있습니다. 브랜드 자산이란 측면에서 그리고 궁극적인 사업 측면에서. 이끌 것인가 아니면 이끌릴 것인가란 문제 의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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