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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부터인가 의문을 가졌던 것이 '주주가치 제고'가 왜 마케팅의 목표인가 하는 점이었다. 아마 GE의 잭 웰치로부터 시작된 듯한 이 사상은 정말 웃기지도 않을 뿐만 아니라 터무니없는 개념인데도 불구하고 수 많은 마케팅 서적에서 당연하다는 듯이 수용되었고 지금도 '주주가치'란 용어로 브랜드와 마케팅 서적에 얼굴을 들이밀고 있다.

 

그럼 왜 이 '주주가치'가 문제인가. 아주 쉽게 보면 이렇다.

 

주주가치란 쉽게 얘기해 주식 차액과 배당금이다. 기업의 주식투자자들이 천원에 주식을 사서 천백원에 주식을 팔거나, 연말에 1주당 백원씩 배당액을 받으면 주주가치가 발생한다고 볼 수 있다.

 

주식 차액이 발생하려면 기업의 성과가 높아야 한다. 기업의 성과는 매출이 증가하거나, 비용이 감소하면 된다. 그런데 경쟁이 격화되고 시장이 성숙해지면 매출이 충분히 성장하지 못한다. 그 결과 대부분의 기업들이 비용 감소 정책을 펼친다(물론 언제나 비용 감소 정책을 펼치긴 하지만). 그 중에서 대표적인 영역이 인건비다.

 

정규직의 급여 제한, 비정규직 고용 증가, 혹은 더 싼 외주업체로의 이관 등 비용 감소 정책은 최근 20여 년간 꾸준히 증가해왔다. 이로 인해 많은 기업들은 더 높은 성과를 보고할 수 있었고 꾸준히 주식 차액을 발생시키거나 배당금을 높여 왔다.

 

배당금은 주식 차액과 동일한 과정을 거치면서 동시에 직접적인 악영향을 기업에 미친다. 영업이익에서 배당금을 제외하게 되면 유보금이 남는데 기업들은 이를 재투자해서 사업의 효율성을 높이거나 신기술을 개발하거나 새로운 사업에 투자할 수 있다. 그런데 배당금이 증가하면 그런 공격적인 투자활동을 펼치기 어렵게 된다. 즉, 마케팅 활동이 위축되는 것이다.

 

결론적으로 '주주가치'란 브랜드와 마케팅 활동에 치명적인 것이다.

 

1. 주주가치 강조로 인하여 내부 고객과 파트너 역량이 위축된다. 이로 인해 제품이나 서비스의 질이 떨어진다.

2. 주주가치에 몰두하면 단기적 성과에 치중한다. 브랜드 개발, 신시장 발굴, 혁신 등 장기적 관점의 혁신력이 위축된다.

3. 스톡옵션 등을 받은 경영진은 성공하면 성공보수를, 실패하면 스톡옵션에 의한 보상을 받지만 직원들은 그렇지 않다. 성공하면 인센티브를 받지만 실패하면 짐을 싸야 한다. 인터널 브랜딩 혹은 조직문화에 악영향을 미친다

 

'주주가치'는 목적일 수 없다. 경영의 관점이든, 마케팅적 관점이든 그것은 '기업이 창출한 독창적 가치'로 인해 고객에게 인정받아서 받게되는 시장성과의 부산물일 뿐이다. 즉 기업의 아니 마케팅의 목적은 '고객가치창출'이지 '주주가치'가 아니다. 그렇기 때문에 많은 기업들이 '주주가치'를 목적으로 여기는 순간부터 소멸의 길을 걷거나 시장에서 패퇴하게 된 것이다.

 

부언. 그런 의미에서 난 잭 웰치가 과대 포장되었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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