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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 세분화는 마케팅 분야에서 이제는 거의 상식으로 굳어진 개념입니다. 왠만한 기업들은 신제품을 출시하거나 기존 제품을 리뉴얼하여 다시 시장에 론칭할 때 습관적으로 시장을 쪼개고 특정 세분시장에 진입시킨다는 전략을 수립합니다. 게다가 하도 쪼개다 보니 최근에는 마이크로 세그멘테이션이라는 개념까지 도입되고 있습니다. 점점 더 세분화되고 구체화되는 소비자들의 니즈에 맞춰 방대한 데이터에 기반한 미시 시장을 발견하여 공략한다는 개념이죠.

 

하지만 그런 시장 세분화나 미세 쪼개기 전에 근본으로 돌아가 생각해볼 필요는 없을까요? 도대체 시장 세분화는 왜 등장한 것일까요? 정확히 시장 세분화란 무엇을 의미하는 것일까요? 시장 세분화는 어떤 경우에 가능하고 어떤 경우에는 불가능할까요?

 

시장 세분화의 등장

 

시장 세분화가 학술적으로 처음 제시된 것은 1956년 Wendell R. Smith가 "Product differentiation and market segmentation as alternative marketing strategy"라는 논문을 Journal of Marketing Research에 게재하면서부터입니다. 그 논문에서 Smith는 시장 세분화를 "이질적 시장을 다수의 더 작은 동질적 시장으로 바라보는 것"이라고 정의하고 있습니다.

 

시장 세분화 개념이 등장하게 된 배경에는 (미국과 유럽)사회가 안정화되고 경제가 부흥했기 때문입니다. 2차세계대전이 종료되고 미국을 중심으로 재건활동이 전개되면서 서구사회는 경제적 부흥을 맞이합니다. 이로 인해 대규모 출산(베이비붐)이 발생했고 다수의 사무/노동 계층을 중심으로 중산층이 형성되기 시작했습니다. 이들의 높은 소득과 새로운 소비활동은 다양한 소비제품 시장을 형성케 했고 이로 인해 다수의 새로운 산업이 발생했습니다.

 

그런데 이런 시장 성장기가 지속되면서 이들의 취향도 다원화되었고 사회적 가치나 갈등구조도 복잡 다단해지기 시작했습니다. 결국 시장을 포함한 사회 전체가 점차 이질화된 것이죠. 과거 Ford가 '검은색' T모델이면 성공한다고 했던 시대는 영영 사라진 것이죠. 이런 배경 속에서 기업들은 점차 시장을 '단순히 큰 한가지 니즈'가 아니라 '조금 작지만 다른 여러 가지 니즈'로 바라보게 된 것입니다.

 

제품 차별화와 시장 세분화

 

사실 시장 세분화 이전에 기업들은 제품 차별화를 통해 어느 정도 이 개념을 현장에서 실천했었습니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GM 회장으로서 차량 플랫폼 베이스의 가격 다양화를 통해 각기 다른 시장을 공략한다는 전략을 펼쳤던 알프레드 슬로언의 Division 개념일 것입니다. <조직의 분리 = 생산/마케팅의 분리 = 서로 다른 제품/가격> 이 세가지 개념은 하나로 묶여 있는 것인데 이것은 근본적으로 '자동차 시장이 서로 다른 미세 시장으로 구성되어 있다'는 가정을 하고 있는 것이죠.

 

이처럼 시장 세분화란 개념은 기업들의 제품 차별화 전략 속에서 도출된 것이라 볼 수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위에 언급한 Smith 역시 논문 제목에 제품 차별화란 용어를 넣고 시장 세분화와 함께 고민했던 것입니다. 그런데 이러한 사실을 통해 한 가지 의문이 제기됩니다. 그것은...

 

시장이 본래 동질적인 세분시장으로 구성된 이질적인 것인가,

아니면 기업이 제품 차별화로 동질적인 단위로 잘개 쪼개는 것인가?

 

시장은 원래, 그곳에 존재하는 것이 아니다

 

애플 창업자인 故 Steve Jobs는 시장조사를 극도로 싫어했다고 하죠. 그 이유는 '어떤 소비자도 자신이 무엇을 원하는지 모른다'고 믿었기 때문이랍니다. 그런데 이 직관은 의외로 진실입니다. 아무리 많은 소비자 조사를 해봐도 현저히 지각할 수 있는 수준의 조사 대상이 아니면 소비자들의 평가는 그리 신뢰도가 높지 않기 때문입니다. 뭐, 이런 어려운 설명 없이 수 많은 제품들이 방대한 고객 조사를 통해 제품화되었지만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졌죠.

 

피터 드러커는 이런 말을 했죠. "미래는 예측하는 것이 아니라 창조하는 것이다". 연세대학교 경영학과 교수인 이문규는 "시장은 발견하는 것이 아니라 만드는 것이다"라고 말했습니다. 둘 다 비슷한 얘기죠.

 

늘 우리는 시장이 우리 외부에 존재하는 실존하는 객체인 것처럼 얘기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늘 그것을 잘라보고 쪼개보고 파헤쳐보려고 합니다. 하지만 행동경제학, 실험물리학, 복잡계과학이 밝혀낸 네트워크 실험에 따르면 시장은 그저 개별 원자들의 합일 뿐이죠. 나를 포함한 모두에 해당하는 네트워크.

 

그렇기 때문에 시장 세분화를 처음부터 고민할 필요가 없습니다. 가장 중요한 것은 내가 창출하고자 하는 가치가 새로운 네트워크를 구성시킬만한 것인가에 대한 확신입니다. 가치가 있따면 드러커 말대로 '미래' 혹은 이문규 말대로 '시장'이 생기겠죠. 물론 다른 누군가가 규정한 시장에 차별적으로 들어갈 때는 제품 차별화/시장 세분화를 염두하고 진입할 수는 있겠지만.

 

시장 세분화의 미래

 

2000년대 들어오면서 시장 세분화는 여러 가지 도전에 직면하고 있습니다. 무엇보다 AIO(Attitude, Interest, Opinion)에 기반한 세분화의 오류, 한 개인이 시장 내 다양한 세분시장에 포함될 수 있음, 개인의 불연속적 행동에 따른 세분화의 불안정성 등이 그것입니다.

 

사실 결과론적으로 세분화를 얘기하는 것은 쉽지만, 현업에서 신제품 론칭시 세분시장을 발견하기 위해 여러 가지 통계 패키지를 돌려봐야 그렇게 썩 좋은 결과를 얻기 힘듭니다. 사람들의 취향과 가치판단 등이 너무나도 다양하고 게다가 그런 특이성이 일관되게 나오지 않기 때문이죠. 아마도 그런 이유로 점점 더 많은 기업들이 시장 세분화 개념에는 찬성하지만 실제 방법론적인 면에서는 기피하는 것이 아닐까 생각해봅니다.

 

가장 좋은 해결책은 접근법을 바꿔 보는 것이 아닐까 제안해봅니다. 시장을 쪼개서 내 것을 찾기 보다, 내가 지향하는 가치에 가장 잘 공명하는 집단을 이해하는 차원에서 Segmentation을 해보는 것은 어떨까요? 가치가 지각되는 제품나의 고유함을 찾아 그것을 더 부각시킬 때 더 큰 시장이 만들어질 수도 있다는 시각으로 접근해보면 더 생산적인 결과가 나오지 않을까요?

 

혹 다른 관점이 있다면 좀 알려 주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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