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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67년은 마케팅에 있어 매우 뜻깊은 해입니다. 왜냐하면 Philip Kotler의 <마케팅 매니지먼트(Marketing Management: Analysis, Planing and Control>가 출간되었기 때문입니다.

 

필립 코틀러의 <마케팅 매니지먼트> 출간 전까지 마케팅은 그저 시장 수요에 따른 생산공정, 혹은 판매 방법이나 판매를 위해 제품이나 서비스의 제공 가치(Offering)를 전달하는 일종의 광고 방법에 대한 기술적 관점으로 이해되어 왔습니다. 하지만 코틀러 이후 마케팅은 단순한 기술이나 단편적 행위가 아닌 기업 내부의 전체적인 프로세스이자 관리적 관점으로 이해되기 시작했습니다. 그 개략적인 프로세스는 다음과 같은 형태로 구체화되어 왔습니다.

 

 

 

(필립 코틀러, 1931.5.27~)

 

프로세스로서의 마케팅

 

 

첫 번째 단계인 Analysis에서는 주로 거시적 혹은 시장 규모의 정보수집 및 데이터 분석 작업이 이루어집니다. 이 단계 활동 중에 대표적인 것으로 5-Force 분석, 3C(Consumer/Competitors/Company) 분석, Value Chain 분석 등이 있습니다.

 

두 번째 단계인 Research는 주로 소비자나 제품, 유통망 관련 조사로 통계적 방법론에 의존하고 있죠. 리서치 단계에서 가장 대중적이면서도 오해가 있는 것이 정량적 방식과 정성적 방식이라는 조사 방법론에 관한 것이죠.

 

세 번째인 STP는 현대 마케팅에 있어 가장 핵심적인 개념으로 인식되어 왔습니다. 시장을 나누고(Segmentation) 그 중에서 핵심적인 시장을 선정하고(Targeting) 그 시장에 자사의 제품이나 서비스의 위상을 세우는 것(Positioning)이야말로 마케팅의 본질이라고 많은 이들이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당연히 여기서 중요한 것은 위의 세 가지 개념이고요. 하지만 80년대 중반 이후 이 영역은 브랜드를 구축하는 것(Branding)으로 통합, 수렴되는 추세입니다.

 

네 번째 단계는 앞서 구축된 포지셔닝 혹은 브랜딩에 기반한 구체적인 고객 가치 전달과 관련된 마케팅 믹스 단계입니다. 전통적인 마케팅에서는 4P(Product, Price, Placement, Promotion)라고 부르며 이러한 활동을 마케팅의 전부로 생각하던 시기도 있었죠. 현대 마케팅으로 오면서 4P는 4C(Customer Value, Cost, Convenience, Communication)로 새롭게 재해석되기도 했습니다.

 

마지막 다섯 번째 단계는 마케팅 활동에 대한 감사(Auditing)로 4P 혹은 4C 활동에 투입된 마케팅 자원이 얼마나 효과적으로 혹은 효율적으로 사용되었는지 측정하고 검증하는 방법에 대한 것입니다.

 

최근에는 이 외에도 전사적 마케팅 관리라는 관점에서 조직 문화 형성, 내부 브랜딩, 글로벌 시장을 위한 조직 구성 및 의사결정 체제 등이 새롭게 마케팅 관리론에 도입되고 있습니다.

 

당연한 것일까?

 

그런데 이러한 마케팅 프로세스는 원래부터 존재했던 것이 아닙니다. 각각의 주요한 개념들이 등장한 시기도 매우 상이하고 프로세스의 순서대로 개념이 대두되었던 것도 아니죠.

 

 

 

위 그림은 마케팅 매니지먼트에 있어 주요한 개념들이 연대기적으로 언제 등장했는지를 정리한 것입니다. 여러 가지 개념들이 혼란스럽게 보이지만 큰 흐름으로 보면 몇 가지 특징이 있습니다.

 

- 구체적인 행위에서 추상적인 개념으로

- 미시적(Micro) 관점에서 거시적(Macro) 관점으로

- 대 고객 활동에서 기업 경영관리 활동으로

 

다소 확대 해석하면 마케팅 프로세스의 단계들은 사실 거꾸로 형성되어 왔다는 것입니다. Marketing Mix → STP → Research → Analysis라는 흐름으로 말이죠.

 

마케팅 프로세스는 시대적 요구의 산물이다

 

이러한 형성 과정을 거친 이유는 마케팅 역시 시대적 과제와 요구 속에서 축적된 지식이기 때문입니다. 예를 들어 위에 제시된 개념 중 Segmentation의 등장 배경을 볼까요.

 

시장 세분화(Segmentation)는 전후 미국 사회가 부흥기를 맞이하며 중산층이 늘어나던 시기입니다. 소비의 황금기가 벌어지고 소득 수준이 높아진 미국 임금 노동자들이 먹고 사는 것 외의 다양한 분야 소비를 촉진하던 시기죠. 이에 발맞춰 다양한 기업들이 그들의 니즈에 충족하는 제품과 서비스를 공급하기 시작하던 시기입니다.

 

(오늘날 우리 가정을 이렇게 색다르고 매력적으로 만드는 것은 무엇인가, 리차드 해밀턴, 1956)  

 

풍부한 소비력과 다양한 관심 분야의 등장에 따라 기업체들은 고객들의 이질화라는 문제에 직면하게 되었습니다. 더 이상 포드식 마케팅은 효과를 발휘하지 못하게 된 것이죠. 이로 인해 도심, 근교, 빌리지 등의 지역 기반 시장 세분화부터 라이프 스타일에 기초한 세분화까지 발전하게 된 것이죠.

 

다른 마케팅 개념들도 이와 마찬가지입니다. 마케팅이란 실용적인 지식이자 노하우이기 때문에 더욱 등장 배경인 시대적 요구나 기업의 문제의식을 이해해야 합니다. 하지만 불행하게도 국내 대학이나 대학원에서도 이러한 내용을 가르치는 과정은 찾아보기 힘들더군요.

 

이러한 배경의 이해는 매우 중요합니다. 왜냐하면 그저 프로세스를 당연시하고 지식으로 받아들인다면 실무에서 맹목적인 프로세스 따라하기만이 발생하기 때문입니다.

 

제 개인적 경험을 사례로 들어보겠습니다. 한 통신사에 근무하는 지인이 마케팅 전략으로 고민하며 얘기하더군요. 경영층에서 마케팅 전략을 요구하는데 STP가 고민된다는 것이죠. 그 이유는 통신사가 전 국민을 상대로 마케팅을 하지 세분화하여 특정 시장만 공략하지 않기 때문이란 것이죠.

 

바로 이런 맹목적 추구가 잘못된 것이죠. 통신사에게 마케팅 전략에 있어 세분화 작업이 필요한 것은 전략적 포지션을 찾기 위한 것이 아니라 세분화 오퍼(Segmented Offering) 개발 및 전달을 위해 필요한 것입니다. 브랜드 이미지야 오피니언 리더와 같은 특정층에 기반하여 개발할 수 있지만 세분화를 하는 것은 십대, 직장인, 중장년층, 노년층, 헤비유저 등을 어떻게 공략할 것인지에 필요한 것인데 경영층은 그저 책에서 배운 프로세스에 따라 아웃풋을 요구하는 것입니다.

 

마케팅은 늘 자신만의 관점을 요구한다

 

앞서 언급한 코틀러는 최근 마케팅 매니지먼트 14판의 목차를 다음과 같이 구성하였습니다.


 PART1. Understanding Marketing Management

 PART2. Capturing Marketing Insights

 PART3. Connecting with Customers

 PART4. Building Strong Brands

 PART5. Shaping the Market Offerings

 PART6. Delivering Value

 PART7. Communicating Value

 PART8. Creating Successful Long-term Growth

 

제 추측이지만 코틀러는 마케팅을 정해진 관리의 틀보다는 기업이 고객에게 새로운 가치를 제공하는 브랜드를 구축하기 위해 직면하는 과제 중심으로 관점을 전환해온 것은 아닌가 싶습니다. 특히 PART1.에서 개략적인 마케팅 관리에 대해 개념도를 제시하는 부분은 나름대로 마케팅의 실용적인 관점과 등장과 발전의 배경을 중요시하는 것이라 생각합니다.

 

모든 기업은 일하는 방식이 다릅니다. 직면하고 있는 문제도 다르고 해결하는 방식도 다르죠. 그렇기 때문에 마케팅 역시 달라야 합니다. 즉 마케팅을 바라보는 관점이 달라야 한다는 것이죠. 이런 문제 의식을 배울 때부터 갖기 위해서라도 마케팅의 역사에 대한 과정이 학교 과정에 생겼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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